2012년 3월 3일 토요일

‘선글라스 男’ 신원 복수압축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미국 고급아파트 매입의혹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집주인으로 알려진 미국 변호사 경모(43·재미교포)씨 측에 13억원을 건넨 50대 ‘선글라스 남자’의 신원을 복수로 압축하고 신원을 추적 중이다.

하지만 야권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쳐 수사에 난기류가 흐르고 있다. 검찰은 정연씨에게 아파트를 팔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경모씨와 ‘선글라스 남자’를 수사하면 구체적인 돈 전달 경로와 용처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일 검찰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최재경)는 경씨의 아버지를 통해 경씨에게 소환을 통보한 데 이어 돈 전달에 관여한 ‘선글라스 남자’의 신원파악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경씨와 ‘선글라스 남자’를 통해 구체적인 돈 전달 경로의 윤곽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4·11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민주통합당(민주당) 등 야권에서 이번 수사를 검찰의 ‘선거개입, 정치수사’라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수사 전개에 대한 검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경씨의 단골 G카지노 임원인 이모씨는 경씨의 부탁을 받고 경기 과천역 부근에서 동생을 시켜 2009년 1월쯤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50대 남자에게서 13억원이 담긴 7개의 상자를 건네받았고 이를 수입차 판매업자 은모씨에게 전달했다고 최근 폭로한 바 있다.

검찰은 경씨의 아버지 등 가족들과 접촉해 귀국을 종용하고 있지만 경씨는 아직까지 귀국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경씨는 지난 2006년 미국 맨해튼 허드슨 빌라 400호와 435호 두 채를 각각 151만5000달러와 129만9000달러에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2009년 수사를 통해 경씨가 이중 400호를 정연씨측에 팔려던 정황을 확보했고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송금한 40만달러, 권양숙 여사를 통해 보낸 100만달러가 400호 구입에 쓰였을 것으로 봤다. 정연씨 측은 당시 이에 대해 “400호에 대한 매매계약을 맺었지만 잔금을 내지 못해 취소됐고 435호는 월세와 보증금 5만달러를 내고 거주했다”고 해명했다. 정연씨의 남편인 곽상언 변호사는 지난 2월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내는 아버지를 잃은 불쌍한 여인으로 충분한 형벌을 받았다”는 글을 남겼다.

정연씨는 이달 중 출산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종혁 새누리당 의원은 이와 관련해 정연씨와 경씨가 2007년 10월7일 ‘435호를 2년간 경씨 명의로 했다가 정연씨가 소유권을 갖는다’는 내용의 이면계약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박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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