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의 게임
일러스트=허라미
rami@hankyung.com
블랙잭은 본인과 딜러가 갖고 있는 카드의 숫자에 따라 이길 확률이 높은 행동이 대부분 정해져 있다. 하지만 이 전략에 따라 게임을 해도 실제 카지노의 승률이 0.2~1%가량 높다고 하니 시간이 갈수록 플레이어의 지갑은 얇아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전략에 따라 변하는 승률
사람이 마주보고 하는 게임이다보니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라 승률은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 ‘벨제붑의 노래’에 등장하는 카드 고수 장동욱은 주인공 장태영에게 “어리석은 게이머는 35 대 65로 깨진다. 잔뼈가 굵은 게이머는 48 대 52로 불리한 게임을 한다. 블랙잭 기본 전략을 마스터하면 50 대 50 동일한 게임을 한다”고 말한다.
카지노보다 높은 승률을 올릴 수는 없을까.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수학교수이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에드워드 소프는 1962년 ‘딜러를 이겨라’란 책을 냈다. 그가 만든 전략은 ‘카드 카운팅’ 기법이다. 말 그대로 카드를 세는 것이다. 대개 카지노에선 카드 6벌을 섞어 게임을 진행한다. 지금까지 게임에 등장한 카드를 모두 알고 있다면 앞으로 나올 카드의 숫자를 알아맞힐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진다.
카드카운팅 기법이 알려진 이후 이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게이머와 이를 저지하려는 카지노의 혈투가 치열하게 전개됐다. 한번 카드카운터로 낙인이 찍히면 다시는 카지노에 출입할 수 없지만 도박사들은 물론 MIT의 학생들까지도 팀을 꾸려 카지노에 도전하곤 했다. 카지노들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저지하려고 했던 것을 보면 분명 위협이 되기는 했던 모양이다. 2008년 개봉한 영화 ‘21’은 이 기법으로 카지노와 싸움을 벌이는 MIT 교수와 학생을 소재로 삼고 있다.
◆불야성 카지노와 즐비한 전당포
반면 기계를 앞에 두고 나홀로 게임을 하는 슬롯머신은 승률이 정해져 있다. 국내의 경우 모든 슬롯머신은 관광진흥법에 따라 한국전기전자시험연구원(KETI)의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용자의 승률은 90%다. 그렇다고 해서 1만원을 집어넣은 이용자가 9000원을 반드시 따게 된다는 말은 아니다. 가령 7, 바(BAR), 체리 등 128개의 그림이 그려진 휠 3개를 돌리는 가장 일반적인 슬롯머신에서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209만7152가지다. 한 사람이 209만7152번 베팅을 하면 총 베팅 금액의 90%를 돌려받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90%의 대부분이 ‘잭팟’을 터뜨린 한 사람에게 돌아간다. 일종의 ‘로또’다.
취재차 강원랜드를 찾았다. 새벽 3시를 넘긴 시각이었는데도 블랙잭, 바카라 등 카드게임 테이블은 만석이었다. 반면 슬롯머신 기계 앞에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앉아 있었다. 테이블 게임의 승률이 슬롯머신보다 높다는 사실은 업계에선 ‘상식’ 수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북역에서 강원랜드로 가는 길가에 즐비한 전당포와 거리에 뿌려진 급전을 빌려준다는 내용의 전단지를 봐선 그리 승률이 높은 것 같지도 않다.
이승우 기자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