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1일 목요일

`로또` 슬롯머신 제치고…발걸음은 블랙잭 테이블로

영화와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던 만화 ‘타짜’(그림 허영만·글 김세영)의 마지막편인 4부 ‘벨제붑의 노래’에는 다양한 카드게임이 등장한다. 그 가운데 초반부 스토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블랙잭’이다. 1915년에 지금의 룰이 정착된 이 게임은 간단한 규칙과 빠른 진행, 긴장감 덕에 전 세계 카지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이 됐다.

◆‘21’의 게임


일러스트=허라미 rami@hankyung.com
블랙잭의 규칙은 단순하다. 딜러가 나눠주는 카드를 받아 숫자의 합이 21에 가까운 사람이 이긴다. 플레이어끼리 싸우는 게임은 아니다. 카드를 나눠주는 딜러가 최대 6명의 플레이어와 1 대 1로 시합을 하는 식이다. 게임이 시작되면 딜러는 본인을 포함한 게임 참여자에게 2장씩의 카드를 나눠준다. 2부터 10까지 숫자가 쓰여진 카드는 그 숫자대로, 에이스는 1 또는 11, J·Q·K 카드는 모두 10으로 간주한다. 플레이어는 카드 2장을 받은 뒤 숫자의 합이 21이 안 될 경우 추가로 카드를 받을 수 있다. 숫자의 합이 21을 넘는다면 ‘버스트(bust)’라 부르며 자동으로 패배한다. 플레이어 각각이 자신의 숫자와 딜러의 숫자를 비교해 승패를 정한다.

블랙잭은 본인과 딜러가 갖고 있는 카드의 숫자에 따라 이길 확률이 높은 행동이 대부분 정해져 있다. 하지만 이 전략에 따라 게임을 해도 실제 카지노의 승률이 0.2~1%가량 높다고 하니 시간이 갈수록 플레이어의 지갑은 얇아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전략에 따라 변하는 승률
사람이 마주보고 하는 게임이다보니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라 승률은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 ‘벨제붑의 노래’에 등장하는 카드 고수 장동욱은 주인공 장태영에게 “어리석은 게이머는 35 대 65로 깨진다. 잔뼈가 굵은 게이머는 48 대 52로 불리한 게임을 한다. 블랙잭 기본 전략을 마스터하면 50 대 50 동일한 게임을 한다”고 말한다.

카지노보다 높은 승률을 올릴 수는 없을까.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수학교수이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에드워드 소프는 1962년 ‘딜러를 이겨라’란 책을 냈다. 그가 만든 전략은 ‘카드 카운팅’ 기법이다. 말 그대로 카드를 세는 것이다. 대개 카지노에선 카드 6벌을 섞어 게임을 진행한다. 지금까지 게임에 등장한 카드를 모두 알고 있다면 앞으로 나올 카드의 숫자를 알아맞힐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진다.

카드카운팅 기법이 알려진 이후 이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게이머와 이를 저지하려는 카지노의 혈투가 치열하게 전개됐다. 한번 카드카운터로 낙인이 찍히면 다시는 카지노에 출입할 수 없지만 도박사들은 물론 MIT의 학생들까지도 팀을 꾸려 카지노에 도전하곤 했다. 카지노들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저지하려고 했던 것을 보면 분명 위협이 되기는 했던 모양이다. 2008년 개봉한 영화 ‘21’은 이 기법으로 카지노와 싸움을 벌이는 MIT 교수와 학생을 소재로 삼고 있다.

◆불야성 카지노와 즐비한 전당포
반면 기계를 앞에 두고 나홀로 게임을 하는 슬롯머신은 승률이 정해져 있다. 국내의 경우 모든 슬롯머신은 관광진흥법에 따라 한국전기전자시험연구원(KETI)의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용자의 승률은 90%다. 그렇다고 해서 1만원을 집어넣은 이용자가 9000원을 반드시 따게 된다는 말은 아니다. 가령 7, 바(BAR), 체리 등 128개의 그림이 그려진 휠 3개를 돌리는 가장 일반적인 슬롯머신에서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209만7152가지다. 한 사람이 209만7152번 베팅을 하면 총 베팅 금액의 90%를 돌려받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90%의 대부분이 ‘잭팟’을 터뜨린 한 사람에게 돌아간다. 일종의 ‘로또’다.

취재차 강원랜드를 찾았다. 새벽 3시를 넘긴 시각이었는데도 블랙잭, 바카라 등 카드게임 테이블은 만석이었다. 반면 슬롯머신 기계 앞에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앉아 있었다. 테이블 게임의 승률이 슬롯머신보다 높다는 사실은 업계에선 ‘상식’ 수준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북역에서 강원랜드로 가는 길가에 즐비한 전당포와 거리에 뿌려진 급전을 빌려준다는 내용의 전단지를 봐선 그리 승률이 높은 것 같지도 않다.

이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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