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2일 금요일

절반의 심리 1 - 바카라와 50%


'쇼핑의 끝은 보석이고 도박의 끝은 바카라다.'

쇼핑(중독)의 마지막 단계는 보석이고 도박(중독)의 마지막 단계는 바카라란 얘기다.
그러면 무엇이 그토록 바카라를 도박의 꽃이라 할만큼 게이머들로 하여금 꿈에서조차 열광하게 하는, 중독성이 강한 매력적인 게임으로 만드는 것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절반의 확률, 즉 50%이다. 바카라의 이 50%의 확률에는 거지를 왕자로, 왕자는 거지로, 혹은 거지를 더 추한 거지로, 왕자는 황제로 만들어 줄 수 있는 마력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흔히 어떤 사람이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를 논할 때 대표적으로 인용되는 사례가 바로 '半 잔'에 투영되는 심리상태이다. 즉, 어떤 이는 잔에 절반 정도의 물이 남아있는 것을 보고 '아직 반 잔이나' 남았다고하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이제(또는 벌써) 반 잔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는 것이다. 반 잔을 수치로 표현하면 50%이다. 문제는 이 50%의 의미가 갖는 魔力 또는 양면성에 있다. 50%는 이것도 될 수 있고 저것도 될 수 있는 경계선상에 놓여 있기 때문에 때론 희망으로, 때론 절망으로 다가오기도 하며 우리에게 모든 것을 안겨 주기도 하지만(the winner takes it all!) 동시에 전부를 앗아가기도 한다. 우리들이 바카라에 심취해 있는 현상의 이면에는 바로 이 '절반의 심리학'이 존재하고 있다.

수 많은 카지노 게임 중에서도 특히 바카라는 표면적인 확률이 반 반이고, 베팅이 오가는 액션의 크기가가장 크며, 그 취사선택권에 있어서 (블랙잭처럼) 막연히 딜러에 의해서 패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게이머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판단하여 조절할 수 있는, 가장 독립적인 內的 'locus of control'(통제중심, 통제축)이 주어진다는 믿음때문에 세계적으로 하이롤러들에 의해서 가장 선호되는 게임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하지만 바카라에있어서 절반의 확률이란 곧 'all or none'을 뜻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상당히 신중한 접근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거의 누구나가 예외없이 이 50%의 확률이 발산하는 신기루에 현혹되어 엄청난 댓가를 치르고서야 비로소 50%가 내포하는 허구성 및 위험성을 인지하곤 한다.

로또에 매달리는 경우와 같이 비현실적인 확률에 자신의 미래를 담보할 수 밖에 절박한 사람들의 희박한 승산이 아닌, 장삼이사의 평범한 필부는 물론이고 절대의 이상을 추구하는 고결한 인격의 수도서생마저 솔깃하게 만드는 50%라는 단단하고도 지극히 매혹적인 誘引價를 제시해서 누구에게나 할 것 없이'나도 할 수 있다'라는 희망을 바카라는 던져 주고있지만, 알고 나면 지나고 나면 누구나 일개 개털로 만들어버리고야 마는 현재진행형 미래지속형 비극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바카라의 50%란 곧게 뻗은탄탄대로가 눈 앞에 펼쳐져 있다는 착시를 유발하는 미끼에 불과하고 찰나의 쾌락에 자신의 몸뚱아리가타들어가는 위기감마저 잊게 만드는 최면제이다. 바카라에 있어서 50%란 마치 제논이 비유를 한 거북이와 아킬레스의 경주처럼 아무리 아킬레스가 빨라도 거북이 역시 아킬레스가 움직이는 동안 그 속도에
비례하는 만큼 앞으로 전진하기 때문에 발빠른 아킬레스는 앞서 출발한 거북이를 영원히 따라 잡을 수없다는 '제논의 역설'과 비슷한 착시현상을 자아낸다. 즉, 표면적으론 절반의 가능성을 내비쳐서 게이머로 하여금 나머지 절반의 실패 가능성에 대해서 과소평가하게 할 뿐 아니라 실제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 '(뱅커)5% 커미션'이란 구조적 모순을 엄폐함으로써 지금 이 순간에도 수 많은 게이머들을알게 모르게 죽음으로 내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실례를 들어보자. 바카라를 처음 접한 사람들은 대부분 플레이어를 선호한다. 50% 확률의 게임이라면왠지 하우스를 뜻하는 뉘앙스를 가진(하우스가 항상 게이머보다 돈이 많죠?) 뱅커보다는 아무래도 게이머 편을 지칭하는 듯한 뉘앙스를 가진 플레이어 쪽에 배팅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러다 경험이 좀 쌓이고규칙에 익숙하게되면 뱅커가 나올 확률이 조금 더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부터는 (카드 한 장을 받지 않아도 되는 포지션 상의 놀라운 잇점!) 뚜렷하게 뱅커를 선호하는 성향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그러나 바카라의 변화무쌍함을 겪고 그 변화무쌍한 만큼이나 인생에서도 마찬가지의 풍파를 겪고나면 마지막에는 플레이어든 뱅커든 커다란 의미를 두지 않고 기세나 흐름에 따라 플뱅을 선택하는 과정에 이르게 된다. 결과적으로 50%의 듬직한 예상당첨율에 이끌려 그 본질과는 무관하게 겉으로 이름
지어진 명칭에 따라 이리 저리 우왕좌왕하며 쏟아내는 수업료만도 무시 못할 금액에 이르게 된다. 다시한 번 강조하지만 그 본질과는 상관없이 플레이어 혹은 뱅커라는 이름표값만해도 카지노에 막대한 수업료(투자비)를 거저 들이대는 판국에 50%란 겉포장지값에 바치는 수업료는 더 말해서 무엇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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