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3일 토요일

검찰, 노정연 美아파트 구입 의혹 수사 총선까지 잠정중단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최재경)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37)씨의 미국 아파트 구입 의혹 수사를 4월 총선까지 잠정 중단한다.

검찰은 2일 한상대 검찰총장을 비롯한 대검 관계자들은 회의를 열고 이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3일 해당 수사에 대해 “바둑으로 치면 ‘봉수(封手)’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봉수는 바둑이나 장기가 길어져 일시 중단한 뒤 추후 재개할 경우 마지막 수까지를 종이에 써서 봉해 놓는 것을 말한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이 사건과 관련해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기로 했다. 좀 가라앉힐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이러한 움직임은 이번 수사가 총선을 겨냥한 것이란 비난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13억 돈 상자 의혹 사건'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37)씨가 미국 시민권자인 경모(43)씨에게 2007년 사들였다는 미국 뉴저지의 고급아파트 '허드슨 클럽'을 매개로 전개된다.

정연씨는 친구의 선배인 경씨(미국 변호사)에게서 이 집을 사는 과정에서 40만 달러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차명계좌에서 송금해주도록 부탁했다. 이 사실이 3년 전인 2009년 5월 중순 대검 중수부에 적발되자 정연씨는 "집값은 160만 달러인데 45만 달러만 주고 115만 달러는 어머니(권양숙 여사)가 해줄 것으로 생각했다. 계약서는 찢어버렸다"고 했고, 수사는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이 자살하면서 중단됐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사망 1년 후쯤인 2010년 6월부터 미국 코네티컷주 G카지노의 매니저였던 이모씨가 재미 블로거 안모씨, 국내 주간지의 이모 기자와 인터뷰하면서, 의혹은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당시 이씨는 정연씨에게 집을 판 경모씨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6년간 1000만 달러 가까이 도박으로 날린 도박중독자'로 지칭했다. 그는 "경씨가 '정연씨에게 집을 240만 달러에 팔았는데 이면(裏面)계약서가 있다'고 말했다. 나도 이면계약서를 봤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2009년 1월에 자신과 함께 G카지노에 있던 경씨가 정연씨에게 "돈을 보내달라"고 전화를 걸었으며, 한국에서 13억원을 환치기한 100만 달러가 경씨 손에 전달됐다고도 말했다. 이씨는 경씨가 2007년 6월 미국 시애틀을 방문한 권양숙 여사와 식사하고 왔다면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받은 100만 달러를 자신에게 주더라고 얘기했다는 말도 했다.

인터넷 등으로만 떠돌던 의혹이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계기는, 이씨가 최근 직접 수사를 받겠다고 국내에 입국했기 때문이다.

이씨와 이씨의 동생은 귀국 전 일부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환치기'가 이뤄진 방법을 보다 자세히 진술했다. 경씨와 형의 부탁으로 '환치기'를 도와준 이씨의 동생은 "경씨가 정연씨와 통화한 후 지정한 장소인 경기 과천의 과천 전철역 출구 앞에 2009년 1월 10일 오전 10시쯤 갔더니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나이 지긋한 남성이 나타났고, 그의 안내로 간 비닐하우스에 13억원이 든 사과·라면 박스 7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 동생은 집에 옮겨 온 돈 상자의 사진을 찍어 언론사에 제공했다.

이씨 동생은 또 "경씨에게 다시 13억원 가운데 절반을 수입자동차 딜러인 은모(54)씨에게 전달해달라는 전화가 왔고, 그 말대로 아우디 승용차를 타고 나타난 은씨에게 돈을 건넸다"고 말했다. 이씨 동생은 또 13억원 환치기는 은씨와 자신(30만 달러), 경씨 본인이 맡아 처리했는데, 미국에서 돈을 받은 경씨가 노정연씨와 "생각보다 빨리 왔네"라고 통화하는 것을 형이 직접 들었다고도 말했다.

이씨 형제 등이 제기한 의혹은 지난달 말 시민단체인 국민행동본부가 대검에 수사의뢰하면서 본격 수사가 시작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8일엔 김경한 전 법무부 장관(68ㆍ사법연수원 1기)이 "(2009년 당시) 나는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수사가 종결된다고 했을 뿐 가족까지 포함한 의미는 아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수사는 반(反)새누리당 진영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총선에 영향을 끼치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아왔고, 최근에는 새누리당에서도 ‘역풍’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결국 검찰은 수사 잠정 중단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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