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9일 금요일

[기자수첩] 완벽한 NHN에 없는 것


아시아투데이=송병우 기자] 가난한 사람은 타인에 대한 공감력이 높다. 미국 버클리대 대커 켈트너 교수의 연구결과다. 가난할수록 생존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많은 의지를 해야 하기 때문에 눈치가 빨라지고 남의 마음도 잘 읽게 된다는 것이다. 공감은 배려로 이어진다.

NHN은 완벽하다. 지난해 2조1213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업계 1위를 수성했다. 검색 점유율이 70%를 넘는 네이버를 운영하고 뉴스캐스트라는 강력한 플랫폼으로 언론과 여론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야심작 메신저 '라인'의 회원수는 2000만명을 돌파했고 최근에는 오픈마켓 사업까지 진출했다. NHN을 이끄는 우등생 '한게임'은 지난해만 640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NHN에게도 약점이 있다. 바로 공감력이다. 회사를 우등생으로 만들어준 이용자들의 아픔과 피해에 '법'의 잣대만 들이대는 모양새다.

최근 다수의 한게임 포커 이용자들은 NHN을 상대로 게임 승률조작, 불법 프로그램 사용, 불법환전상 방치 등을 이유로 한게임 영업정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의 승산이 없는 게임이었다. 비용문제로 변호사를 제대로 선임하지 못했고 법적 근거 제시도 미흡했다. 소송을 주도한 이모씨(53세·서울 제기동)는 "왜 소송에 나서게 됐냐"는 담당판사의 물음에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다.
소송과정에서 드러난 NHN의 태도는 말 그대로 "법대로 해라"는 식이었다. 소송에 참여한 피해자 중 한 명은 "NHN이 한게임 포커 피해자들의 재활과 치료를 돕겠다는 한마디만 했어도 이렇게 분노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법을 떠나 온라인 도박의 사행성 논란엔 항상 NHN 한게임이 있었다. '안방 카지노'란 오명과 '도박 중독 조장' 등의 비판은 이제 식상할 정도다. 심지어 네이버에는 해킹 머니를 거래하고 방법을 상담해주는 까페와 불법 환전상들의 블로그가 수년째 공개적으로 운영중이다.

한게임은 고스톱과 포커 등의 도박 게임을 온라인으로 끌어들여 사업 성공을 이뤄냈다. 그리고 NHN은 한게임의 성장을 바탕으로 국내 IT업체 가운데 시가총액 1위를 달리고 있다.

NHN이 성장하기까지는 많은 이용자들의 사랑이 있었다. 그러나 NHN의 공감력은 부족해 보인다. 사랑을 받은 만큼 이용자들을 공감하는 '배려'와 '여유'를 갖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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