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13일 화요일

500년째 멈추지 않는 '아메리카의 눈물'


신간 '빼앗긴 대륙, 아메리카'

(카지노투데이=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이면에는 원주민들의 눈물이 숨어 있다.

많은 역사 교과서들은 '정복' 이후 19세기에 이르러 아메리카 대륙 각국이 독립하기까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역사는 승자의 전리품인 까닭에 '패자' 원주민들은 그저 '인구의 몇%가 줄었다'는 식의 수치만으로 나타날 뿐이다.

신간 '빼앗긴 대륙, 아메리카'는 침략당한 원주민의 시각에서 콜럼버스 상륙 이후 '잃어버린 500년'을 다뤘다.

평생 아메리카 원주민을 연구해 온 저자 로널드 라이트는 스페인의 침략을 당하고도 원주민들이 '온순한 양'처럼 고분고분 백인의 종노릇을 하는 데 만족하지 않았다고 역설한다.

아직도 안데스 지방에는 잉카어를 사용하는 원주민이 1천200만 명, 중앙아메리카에는 마야어를 사용하는 원주민이 600만 명에 이르는 등 원주민의 투쟁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책은 최초 침략기, 식민지 저항기, 백인 정착민 국가 수립 이후로 나눠 아메리카 수난사를 들여다본다. 지역별로는 아스테카, 마야, 잉카, 체로키, 이로쿼이 등 대표적인 다섯 문화권으로 나누어 서술했다.

아메리카에서 번영을 구가하던 이들 문화권이 불과 한 세기 만에 허무하게 무너진 배경은 뭘까.

저자는 천연두를 비롯한 전염병이 '치명타'가 됐다고 꼽았다.

'백인들을 신으로 받들다가 뒤통수를 맞았다'라거나 '토착 문화가 미개해서' 원주민들이 파멸했다는 주장은 유럽 우월주의가 빚어낸 교묘한 왜곡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원주민들은 그러나 굴하지 않고 독립 투쟁에 나섰다. 이로쿼이 연방의 끈질긴 투쟁사가 대표적 사례.

협상과 무장 투쟁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끈질기게 자주권을 주장한 이로쿼이 연방은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1922년 독립을 호소하는 문서 한 장을 지니고 국제 연맹 본부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를 찾기에 이른다.

1907년 일제의 침략에 맞서 헤이그 특사를 보낸 경험이 있는 우리로서는 묘한 동질감마저 느끼게 된다.

이로쿼이의 싸움은 1990년까지도 멈추지 않고 있다.

백인들은 이로쿼이 영토에 카지노와 골프장을 지어대는 '만행'을 저질렀고, 이를 도화선으로 원주민들은 1990년 3월 무장봉기를 일으킨 것.

미국이 정치 체제를 구축하는 데 원주민들이 아이디어를 제공했다는 뒷얘기도 소개된다.

미국이 연방제 도입에 성공한 것도 알고 보면 원주민들의 '훈수' 덕택이라고 저자는 귀띔했다.

이로쿼이 연방의 한 추장이 토머스 제퍼슨을 포함한 각 주 대표에게 연방제에 대한 충고를 남긴 게 결국 미국 정치사의 '뼈대'가 됐다.

저항은 이 밖에도 아메리카 대륙 곳곳에서 터져 나왔으며, 일부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1536년 페루의 '잉카 자유국' 항전, 1847년 멕시코의 마야인 봉기 등 원주민이 자유를 위해 들고 일어난 사례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2001년 페루에서는 '촐로'(혼혈) 출신 대통령이 당선되기도 했다. 잉카 멸망 이후 최초로 원주민 출신 지도자가 탄생한 셈.

빼앗긴 아메리카에 봄은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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