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 안가리고 세수 확대 수단 인식
日 불황에 카지노 허용 우호적 여론
베트남은 스포츠 경기 베팅 합법화
싱가포르 샌즈그룹 호황에 자극
마카오도 대대적 업그레이드 단행경기가 안 좋으면 도박은 호황이라는 게 정설일까. 전 세계 도박 매출액이 지난해 4000억달러를 넘어섰다. 2년 뒤에는 5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경제는 곡소리가 나는데 사행산업만 함박웃음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3ㆍ11 대지진으로 경제적 충격을 겪고 있는 일본 정부가 카지노 사업 합법화를 추진하고 나섰다. 베트남도 도박산업에 뛰어들었고, 필리핀은 아시아의 라스베이거스를 꿈꾸며 도박산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너도나도 카지노판을 불황 타개의 ‘구원투수’로 내세우면서 세계는 지금 도박산업 열풍에 휩싸여 있다.
▶카지노가 대세= 영국 도박산업 컨설팅사인 GBGC에 따르면 세계 사행산업 순매출 규모가 작년에 4200억달러(한화 487조원)에 달했다. 전년보다 5.6%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종류별로는 복권 매출이 전체의 28.4%로 가장 컸고, 카지노가 27.7%로 뒤를 바짝 추격했다. GBGC는 올해 카지노가 복권 매출을 처음으로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싱가포르가 신규 카지노를 추가 개장하고, 동남아 지역과 미국, 유럽 등지도 사행산업 허가를 늘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최근 플로리다, 매사추세츠, 오하이오 등의 주정부가 카지노 건립법안을 처음 만들었다. 경제 불황을 세수 확대가 쉬운 사행산업으로 메워보겠다는 계산이다. 영국도 중소 규모의 카지노 통폐합을 통한 대형화를 논의 중이다. 역시 유로존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일환이다. 경륜과 경마, 모터보트와 오토바이 경주에서만 도박이 허용되고 있는 일본도 카지노 합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의 5개 여야 의원 150명은 2년 안에 카지노를 합법화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오는 6월 말 정기 국회가 끝나기 전까지 제출할 예정이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하면 5년 안에 일본에 대규모 카지노장이 들어서게 된다. 지난해 대지진과 이로 인한 원전사고 등으로 가뜩이나 취약해진 경제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여론도 카지노에 호의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일본 정치권은 지난 2010년 카지노산업을 개방한 싱가포르가 지난해 관광수입이 17% 증가한 176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경제적인 이득을 챙긴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싱가포르 카지노 업계 1위인 세계 최대의 카지노 기업 샌즈 그룹의 마리나 베이 샌즈는 전 세계 관광업계가 불황으로 아우성을 치는 가운데서도 지난해 객실점유율 98.1%로 나홀로 호황을 누렸다.
세계 경기불황 속에서도 마카오 카지노 산업은 매년 높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마카오를 롤모델로 필리핀·베트남·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도 카지노 산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
▶도박산업 아시아가 절반= GBGC는 전 세계 도박산업이 2014년에 5000억달러를 넘어서고 특히 아시아에서의 발전 속도가 가장 빠를 것으로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아시아가 도박산업의 중심지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며, 2010년 세계 카지노 시장점유율 29%였던 아시아가 2015년에 43%까지 폭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아시아 국가들은 저마다 도박산업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베트남 재무부는 스포츠 경기 베팅을 합법화한다는 계획을 최근 밝혔다. 축구 경기나 다른 스포츠게임에 베팅하는 것으로 합법화하면 불법 도박에 따른 사회적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이유다.
베트남은 외국인 여권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만 카지노 출입을 허용하고 있어 인근 캄보디아로 건너가 카지노를 즐긴다. 이런 베트남이 도박 합법화에 나선 이유 역시 싱가포르와 같은 경기 진작을 위해서다.
부엉딩훼 베트남 재무장관은 이달 초 싱가포르를 방문해 스포츠 도박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시찰하기도 했다. 그는 싱가포르 정부가 운영하는 스포츠 도박 업체와 경마장을 주로 둘러봤다.
필리핀은 동양의 라스베이거스를 꿈꾸고 있다. 2008년과 2009년 마닐라에 카지노 4곳을 허가한 후 외자 유치에 계속 공을 들이고 있다. 4개의 카지노 업체는 5년 내에 10억달러를 추가로 투입할 계획을 갖고 있다.
▶마카오 카지노 업그레이드= 아시아 도박산업의 롤모델로 꼽히는 마카오는 이미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추월하며 세계적인 도박시장으로 성장했다. 마카오는 지난해 도박산업으로 335억달러를 벌어들였다.
비록 2010년의 성장률 58%에는 못 미치지만 지난해에도 42%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이어갔다. 홍콩 항셍지수가 14% 하락한 가운데도 6개의 마카오 도박 상장업체는 주가가 14%나 상승하며 나홀로 강세를 자랑했다.
하지만 마카오 도박업계는 이 같은 고성장이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마카오의 주요 고객인 중국이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특히 마카오 도박 수입의 70%를 차지하는 VIP 고객들이 부동산과 증시 둔화로 수입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홍콩계 카지노 업체인 갤럭시 엔터테인먼트그룹은 55억홍콩달러(한화 약 2조1700억원)를 들여 종합 레저형 리조트를 오픈했다. 또 마카오 최대 규모의 영화관도 만들었다.
샌즈 차이나도 마카오에 636개의 객실을 갖춘 호텔을 짓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 3분기 비(非)도박사업의 수입이 전년 대비 50%나 증가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올해 마카오 도박사업의 승자는 사업 다각화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있다고 진단했다.
한희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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