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22일 목요일

카지노딜러, 회사돈으로 게임 "최고 직장이죠"

워커힐카지노 딜러 양혜리씨
“회사 돈으로 손님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일, 생각만 해도 매력적이지 않습니까?”
서울 쉐라톤워커힐 호텔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워커힐카지노의 전문딜러 양혜리(39)씨는 룰렛이나 블랙잭, 바카라같은 게임을 ‘업’으로 삼고 있는 ‘프로 승부사’이다. 돈을 걸고 게임을 한다는 점에서 ‘프로’이지만 엄격한 의미로는 내 돈이 아니라 남(회사)의 돈을 사용, 플레이어(고객)를 상대로 게임을 ‘해주는’직업이다. 플레이어와 다른 점은 자의적 판단을 배제한 채 회사에서 정해준 룰에 따라 게임에 임한다는 것 뿐이다.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승부의 세계에서 순간 순간 손에 땀을 쥐는 스릴과 긴장을 체험하기는 플레이어나 매한가지다. 물론 돈을 많이 잃었다고 해서 문책을 당하는 일도 없다. 그래서 “딜러는 세월 가는 줄 모를 정도로 흥미롭고 재미있는 직업”이라고 양씨는 자랑한다.
딜러 경력 19년. 강산이 두번 바뀔 만큼 긴 세월을 ‘게임을 즐기며’보내온 양씨는 카지노 업계에선 여성 딜러의 ‘대모’로 통할 만큼 이름이 알려져 있다. 근무연한만으로도 국내에선 손으로 꼽을 정도인데다 회사에서 주최하는 웬만한‘딜러 기능대회’는 거의 독차지해왔을 만큼 탁월한 실력과 감각을 인정받고 있다. 칩이나 카드를 다루는 노련한 손놀림부터 카드숫자와 배당액수 등을 한 눈에 계산해내는 암산력, 외국 거부(巨富)들을 상대하는 매너와 에티켓, 유창한 외국어 솜씨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재능을 갖춘 실력파다. 한 회사 관계자의 표현을 빌리면 ‘딜러로 태어난 사람’이다.
양씨가 카지노라는 낯선 직종과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홍익대 경영학과) 재학 중이던 1982년. 관광경영인의 꿈을 키우던 중 우연한 기회에 워커힐 카지노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게 됐다. 호기심 많은 여대생의 관심을 사로잡은 분야는 다름아닌 딜러. ‘한번 도전해볼 만한 분야’라는 생각에 아예 전공을 주간에서 야간으로 옮기고 본격적인 전문딜러의 길로 들어섰다.
실전에 배치되기 전 몇 달간의 실습교육을 받았지만 처음엔 모든 게 낯설었다. 회사를 대신해 엄연한 승부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소한 실수도 용납될 수 없었고, 그만큼 업무는 하루하루 긴장의 연속이었다. 한번은 회전 숫자판에 공을 굴려 공이 멈추는 칸의 숫자를 알아맞히는 ‘룰렛’게임을 진행하면서 실수로 한 번에 두 개의 공을 돌렸다가 낭패를 당한 경험도 있다. 카지노를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정도로 곱지 않게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도 부담이 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양씨는 딜러의 길을 선택한 것에 대해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직원 모집에 100대 1의 지원자가 몰릴 정도로 인기직종으로 떠오른 딜러를 천직으로 삼고 있는 것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하다. 신입사원 교육을 위한 사내 딜러스쿨의 교관으로도 활약 중인 양씨는 “카지노딜러는 관광의 최일선에서 외국의 상류층을 상대로 한국을 홍보하는 전문인”이라며 “게임을 원만하게 진행하는 테크닉 못지 않게 마음으로부터 고객을 존중하고, 언제나 편안하면서도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자세를 갖춰야만 성공할 수 있는 분야”라고 소개한다.
양씨가 딜러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 것은 ‘하루 3교대 8시간’의 근무조건. 그는 “딜러는 8시간 동안 자기 테이블에서 열심히 게임만 하면되고 동료나 상사와 부딪치는 일도 없을 뿐더러 근무 후 잔업이라는 것도 없는 완벽한 자유직”이라며 “새로운 모험을 꿈꾸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도전해 볼 만하다”고 추천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