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카지노 막장인생 '갤러리' 아리랑

"골프장에만 갤러리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카지노에도 갤러리가 있습니다.” 

카지노의 갤러리란 카지노에서 돈과 젊음을 탕진한 후 신용불량자는 물론이고 고리 사채더미에 올라 있는 이들로 플레이어(손님)의 등 뒤에서 뒷전(돈을 땄을 때 주는 팁)으로 먹고 사는 사람을 말한다. 

갤러리는 강원랜드에서 콤프(COMP.Compliment의 약자)로 거의 숙식을 해결하고 매일 카지노로 출근하기에 강원랜드가 집이자 일터인 셈이다. 콤프란 일종의 마일리지 개념. 카지노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식사 숙식 등의 무료서비스를 일컫는다. 

'일류급 갤러리'라고 자처하는 김영석 씨(32.가명)는 '나와 같은 갤러리가 강원랜드에 일반 및 VIP 영업장에 300여명에 달할 것"이라고 말한다. 

김 씨에 따르면 갤러리들은 카지노에서 사귄 플레이어들에게 뒷전을 받기 위해 자리 잡기, 병장 서기(일명 찍쇠) 등의 서비스를 아끼지 않는다. 

자리 잡기란 바카라나 블랙잭의 테이블 당 7~8명의 플레이어 자리가 있는데 평일에도 부족하기 때문에 갤러리들은 오전 10시 오픈할 때 자리를 잡았다 친한 플레이어에게 양보한다. 평일에는 30만원, 주말에는 40만원의 자리값을 받고 등 뒤에서 고액 배당이 터질 때마다 팁까지 챙긴다. 

찍쇠도 짭짤하다. 강원랜드는 1인당 베팅 한도가 일반 영업장 30만원(VIP는 1000만원)으로 정해져 있어 플레이어가 고액을 베팅하고자 할 때는 이 갤러리들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다. 플레이어가 돈을 따면 갤러리는 10％ 내외의 팁을 받게 된다. 

김 씨는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미국 유학까지 다녀 왔다. 학업은 자신 없고 유학 시절 카지노의 마력에 빠졌던 그는 2001년 귀국, 작은 마케팅 회사에 다니면서 강원랜드에 발을 들여 놓았다. 

처음에는 몇차례 100만~300만원의 종자돈으로 제법 돈을 땄지만 결국 1주일만에 3000만원을, 3달만에 1억원이라는 거액을 날리고 말았다. 신용불량자로 몰려 은행거래는 말할 것도 없고 하루 10％ 이자인 사채까지 쓰게 되었지만 갚을 길이 막막했다. 

빚 독촉에 회사에서도 쫓겨나고 친구, 나아가 집에서조차 버림받아 오갈 곳이 없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아니러니컬하게도 유일하게 먹고 살 길을 준 곳은 강원랜드였다. 유일한 도피처인 이 곳에서 콤프로 숙식을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콤프로 일박 20만원짜리 호텔 스탠더드 룸에서 자고 한끼 5만~7만원짜리 식사를 한다. 하루 50만원 가까이 쓰는 호화생활이다. 뒷전 수입으로 카지노 게임에 가끔씩 참가, 콤프도 일정액을 유지할 수 있다. 

"문제는 빚이었어요. 게임해서 돈을 따 빚을 갚는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그는 "마지막 선택한 길은 그 동안 쌓았던 친분과 신용으로 사채업자의 끄나풀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는다. 

카지노 주변의 사채업자들은 현금 회전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차량이나 보석 등 귀중품을 담보로 빌려주기를 꺼려하는 편. 김 씨 같은 갤러리들이 신용 높은 플레이어들을 사채업자에게 소개해주고 채권 회수 심부름까지 해주는 하수인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어머니가 편찮아서 서울 집에 가야 한다던 김 씨는 바카라를 하고 있던 한 플레이어에게 '차비가 필요하다'며 1만원짜리 칩 5개를 얻었다. "일종의 보험이다. 나에게 신세를 진 사람이다. 콤프도 나눠 쓴다." 

김 씨를 비롯한 수백명의 갤러리들은 사북 폐광 위에 세워진 강원랜드 카지노의 막장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